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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아이들과 공차기 한 번 할 여유도 없었고,
                                                       고등학교 시절에도 과수원에서 사과, 배, 밤
                                                       나무의 접목과 가지치기, 논 밭 가는 쟁기질을
                                                       했습니다. 소달구지 끌고 30리 길 논산 5일장
                                                       에 쌀 싣고 다녔던 기억은 지금도 스스로 대견
                                                       스럽기까지 합니다.
                                                       당시 30여분 거리에 작은 교회가 있었는데 크
                                                       리스마스 때 연극을 발표하던 친구들을 볼 때
                                                       면 나와는 전혀 다른 동경의 대상이었고 정말
                                                       천사처럼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여름 성경학
                                                       교에 참석하여 큰 종이에 쓰여 있는 차트를 넘
                                                       기며 북치고 장단에 맞추어 찬송 부르던 기억
                                                       은 유년시절의 추억으로 밀려옵니다.
                     75년도 고등학교 졸업하던 해 11월 과도한 농사일과 과수원 운영이 간에 무리가 되셨
                     던지 사랑하는 아버지께서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돌아가시기 1년 전 우리 3형제 불러
                     모으시고 우리 가정에 채권 채무와 형제간의 사랑을 유언하시며 부고 낼 주소록까지 손
                     수 작성해놓으셨던 정말 자상하시고 인자하신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아 며칠 동안 목 놓아 울며 지냈습니다.
                     가정환경으로 늦게 대학에 진학한 터라 군 입대 연기가 되지 않아 1학기를 마치고 군 입
                     대를 하게 되었는데, 여산 제2하사관학교에서 함박눈이 내리던 날 진중세례를 받았고
                     군 생활 중에도 본부 서무계, 부 인사계, 내무반장, 본부 군종 사병, 교관 등 다른 사람에
                     비해 많은 직책을 맡았습니다. 비교적 인정받고 군 체질이라는 별명까지 받았으니 정말
                     장교로만 입대하였어도 군 생활 더 했을 것 같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군 제대 후 복학하여 다져진 의지력으로 공부나 열심히 하고자 하였으나 과대표를 거쳐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되었고. 대학시절 여자 친구도 사귀어보고 싶었으나 학생회장이란
                     직책과 복학생으로서 결혼문제까지 생각되어 솔직히 연애다운 연애도 못해본 것 같습
                     니다
                     사업관계로 학교에 출입하시던 처 고모부께서 조카사위로 눈 여겨 보셨던지 예쁜 조카
                     딸이 있는데 한번 만나보지 않겠느냐는 말씀에 지금의 아내 전숙인 집사를 만나게 되었
                     습니다. 아내와의 만남은 자양동 학교 앞 어느 다방이었는데 처음 만날 때부터 ‘이 사람
                     이라면 모든 것을 대화로 해결할 수 있겠구나.’하는 평안함이 들었습니다. 아내가 서울
                     에 있었기에 주말이면 공주 마곡사, 용인 자연농원 등 많은 곳을 다니며 함께 시간을 보
                     냈지만 함께 사진 촬영하는 것조차 거부하는 아내였기에 조급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하
                     지만 특유의 뚝심으로 밀어 붙여 그해 84년 8월 15일 광복절 날 약혼식을 올리고 이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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