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이맘 때 아버지의 장례를 마치고 아버지 짐을 정리하면서,
아버지 신발과 허리띠를 버리지 못하고 지금까지 제가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이것이 제가 아버지께 물려받은 유산의
전부이기도 합니다.
남들은 돌아가신 분의 물건은 다 정리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아버지의 체온을 더 느끼고 싶어서였는지, 아버지의 사랑을 더 받고
싶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마음으로 아버지를 떠나보내지 못하고
2년을 지나온 것같습니다.
이번 추석연휴에도 서울로 가족들을 만나러 가면서, 좋은 구두는
놔두고 아버지 신발을 신고 떠났습니다. 그 신발이 아버지의 마음
처럼 편안해서지요.
그런데 어제 집으로 돌아오면서, 잠시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렸는데,
차에서 내려 발을 내딛는 순간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른 발 밑이 움푹 파인 느낌이랄까요...
깜짝놀라 오른 쪽 신발을 들어보니, 아니 글쎄 밑창이 어디론가
달아나버리고 없는 것이 아닙니까?
어쩜 이 정도가 될 때까지 신발이 닳는지도 모르고 신고 다녔다니...
신발 밑창을 보고 나도 웃고 아내도 웃었지만, 이제 정말 아버지를
떠나보내야만 하는 것 같아 마음 한 켠이 시려왔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신발을 벗어 휴게소 화단에 올려 놓고 사진을 찍었
습니다. 사람들은 이 신발을 보면서 웃겠지만, 제게는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아버지의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