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 - 함께13호 내지-화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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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익숙한 그림 중에 높은 산 위로 커다란 바위를 굴려 올리는 그림이 있다.
산 정상으로 바위를 굴려 올려 놓으면 바위는 다시 산 아래로 굴러 내려가고 이 사람은
다시 산 정상으로 바위를 굴려 올려야 한다. 이 일은 끝이 없다. 바위를 굴려 올리는 일
을 하는 사람은 그리스신화의 ‘시지프스’이다. 그는 제우스의 노여움으로 영원히 반복되
는 형벌을 받고 다시 굴러 떨어질 줄을 알면서도 바위를 산 정상으로 굴려 올리고 있다.
‘시지프스’에게 시간이란 무엇일까? 어제와 오늘, 내일이란 무엇일까? 그에게는 어제의
일과 오늘의 일이 같다. 오늘의 일과 내일의 일도 변함없이 같다.
영원히 끝날 수 없는 이 시간의 굴레에서 반복된 행동을 해야 하는 ‘시지프스’에게 시간
이 의미가 있을 수 있을까?
만약 우리의 시간이 ‘시지프스’의 시간과 같은 의미라면 우리가 일컫는 어제, 오늘, 내일
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잘 생각해 보면 오늘(현재)이라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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