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 - 함께12호_Filp_Class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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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길이 나를 깨운다

                                                   이성부



                                           문득 먼데 하늘 바라보다가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주섬주섬 배낭을 꾸린다
                                    허둥거리는 시간을 하나씩 잡아 포개어 넣고
                                        끈을 조이고 나면 긴장의 등짐 하나
                                             나를 밖으로 떠다민다
                                              집을 나서면서부터
                                               산에 들면서부터
                                          숲이 내 키를 높여주면서부터
                                         길들은 눈 크게 떠 손을 내민다
                                        초록 옷 입은 길들의 몸을 따라가면
                                           가만히 내버려두지 못할 일
                                            그대로 두어 잠들게 하고
                                              참을 수 없는 사연들
                                          저절로 물 흘러 떠내려가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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